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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 290 | ||||||||||
| Date : 2009-06-16 오후 9:37:00 Vote : 96 Hit : 221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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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김성곤 시각장애인들이 외출시에 사용하는 것은 "흰지팡이와 입"이다. 자신이 자주 다니는 길은 단지 흰지팡이에만 의존하여 얼마든지 충분히 단독 보행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처음 가는 낯선 곳은 방향을 알지 못하기에 주로 사람들에게 물어야 한다. 그러기에 입이 필요하다. 이렇게 흰지팡이와 말할 수 있는 입을 단단히 챙기고 시각장애인의 길 거리여행은 시작된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의 길거리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은사랑 작은실천력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나는 먼저 버스 정거장을 찾아야 한다.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나는 물었다. "저-정거장이 어디에 있나요?" 그는 "저쪽요"라는 말을 남기고 쏜살같이 사라져버렸다. "저쪽이 어딘데요?" 라고 나는 소리쳐 다시 물었다. 그는 나의 애절한 질문에도 불구하고 걸음을 멈추지 않은채 답답하다는듯이 "저쪽요 저쪽"라고 반복하여 강조하고는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 이처럼 정거장 찾기에 대한 바쁘신 아저씨 아주머니들과의 빠르게 전개되는 알 수 없는 이쪽 저쪽의 대화로 방황하고 있을 때에 어디선가 아이들의 음성이 들렸다. "얘들아 버스정거장이 어디에 있지?" 아이들은 서슴치 않고 나의 팔을 잡아 정거장까지 인도하여 주었다. 이로써 나의 정거장 찾기 여행이 마치고 2단계로 버스타기 여행이 시작된다. 인기척이 들린다. 아주머니의 인기척이다. "저- 앞이 안보여서 그러는데 820번 버스오면 좀 알려주세요." 그러나 대답이 없다. 약간의 침묵이 흐르고 "젊은 사람이 안됐네. 불편한데 집에 있지, 왜 돌아다녀!"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또 흘렀지만 침묵뿐이다. 나는 이상했다. "아주머니!"라고 불러보았다. 대답이 없다. 그녀는 자신의 버스가 오자 말도 없이 타고 가버린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에 사람들은 시각장애인이 타야 할 버스를 기다려 주지않고 자신의 버스가 오면 그냥 가버린다. 물론 우리가 사는 사회에는 아직도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약한 이웃에 대하여 인색하다. 불편한 사람들을 위하여 자기 것과 자기 시간을 양보하지 않는다. 나에게 언제나 변함없이 친절을 베푼 사람들은 어린아이들과 기분좋게 술 취한 아저씨들이었다. 나는 "버스 왔어요" 라는 누군가의 소리에 더듬거리며 버스 입구를 찾아 올라탔다. 흰지팡이를 들고 간신히 버스에 오른 나는 빈 자리가 있어도 알 수 없기에 마냥 서서 가야하지만 오늘도 무사히 여행중인 것에 감사한다. 그리고 다음에는 이보다 더 안전하고 정확한 여행을 위해 작은 사랑 작은 실천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것을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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